<잡설>블로그에 두 번째로 백업하는 카페 글은 또 이 글이네요. 카페에서 쓴 글 중 고전순정만화 글이 90% 이상은 될 텐데, 순서가 어쩌다 이렇게 되어버린 걸까요.... 이런 주제, 그것도 본문이 시작되기 한참 동안, 앞서 일어났던 소동을 설명하고 소란이 일어나게 된 데 대해 죄송하게 여긴다는 내용이 길게 나오는 글이라니....
같은 제목으로 며칠 전에 썼던 원글에서 메갈리아 관련 서술만 수정한 글을 답글 형식으로 다시 작성합니다. <천일야화>, <춘앵전>의 스토리 작가인 전진석과, 레진코믹스라는 웹툰 사이트 등 만화계 이야기에만 관심이 있는 분이라면, 굳이 이 글을 다시 읽지 않으셔도 될 거예요. 순서는 바뀌었지만 그 부분은 거의 그대로입니다. 앞부분에서 레진코믹스와 만화계 이야기를 하고, 메갈리아 이야기는 글 뒷부분으로 순서를 바꿨습니다. 메갈리아에 대해 원글과 대폭 달라진 부분은, 뒷부분의 "도대체 메갈리아라는 사이트가 어떤 곳이길래, 누군가가 후원하거나 지지했다는 이유만으로 많은 사람들이 극심하게 반발하게 된 것인지를 정리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문장의 문단부터 시작합니다.
저는 며칠 전 신일숙의 신작 <불꽃의 메디아>가 연재된 레진코믹스에 현재 일련의 소동, 그러니까 보이콧 사태 이어나고 있다는 것에 대해서 글을 썼습니다. 개인적으로 레진코믹스의 연재 시스템을 호평하는데, 엉뚱한 문제가 비화되어 이 연재 시스템이 휘청거리기라도 한다면, 정말 안타까운 일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이 소동의 배경을 설명하는 데 필요하다고 생각해서, '메갈리아라는 사이트가 있는데, 여자 일베라는 별명으로 불리는 곳이다.'라는 내용을 간략하게 언급했습니다. 그런데 제 글에서 메갈리아 서술이 부적절하는 댓글이 연달아 달렸고, 제 습관대로 댓글마다 제 생각을 적은 덧글을 달았더니, 어느새 작은방에 한바탕 댓글 전쟁이 일어나는 결과로 이어졌습니다.
전 레진코믹스 이야기를 하려고 했는데, 엉뚱하게 메갈리아 논쟁이 불붙을 줄은 전혀 예측하지 못했습니다. 이런 일이 일어날 줄 알았다면, 결코 첫번째 글을 쓰지 않았을 겁니다. 작은방에서만큼은 메갈리아 같은 주제를 끄집어내고 싶지 않았으니까요. 하지만 레진코믹스 사태의 인과관계를 설명하려면, 간략하게나마 배경설명이 필요하겠다고 생각해서, 중요 내용을 요약해서 언급했습니다. 그리고 제가 쓴 글이 발단이 되어, 작은방에서 메갈리아 논쟁이 일어나는 사태가 일어나고 말았습니다. 그리고 전 한참 논쟁이 불붙은 뒤에야, 그러고도 너무 과열된 것 같다는 다른 분의 말씀을 들은 뒤에야, 도대체 어떤 사태가 일어나고 있는 것인지를 비로소 자각했습니다. 평소 습관대로 댓글마다 덧글을 달다가, 작은방을 메갈리아 같은 주제로 소란스럽게 만들고 있었다는 것을요.
저는 조용하고 평온한 작은방같은 공간에서 이런 논란이 자꾸만 계속되는 것은 카페 회원분들에게 민폐를 끼치는 일이라 생각했습니다. 뒤늦게 깨닫기 전에 이미 일어난 것은 어쩔 수 없다고 해도, 이 댓글전쟁이 더 이상 이어지는 것만은 막고 싶다고 생각했습니다. 작은방에서 메갈리아 이야기가 자꾸 언급되는 것도, 그리고 만화와 상관없는 이야기로 분쟁이 일어나는 것도 바람직하지 않다고 생각했습니다. 카페는 모두의 공간이니, 그것은 카페 회원으로서 최소한의 책임을 지고 예의를 지키는 일이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리고 그것은 이런 사태의 발단을 제공한 제가 책임져야 하는 일이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제가 항복하는 것이라 생각하셔도 좋으니 작은방에서 그만 메갈리아 이야기를 중단하고 싶다고 말씀을 드렸습니다. 안 될 일이라는 대답을 들었습니다.
정 논쟁을 계속하고 싶으시다면, 제 블로그에 관련 글과 댓글을 모두 옮겨 놓을 테니, 그 곳에서 마저 논쟁을 계속하고 여기선 이제 그만하자는 말씀을 드렸습니다. 그리고 제 닉네임을 클릭하기만 하면 들어올 수 있는 제 블로그에, 관련 글과 댓글을 미리 옮겨 놓았습니다. 제 블로그에 들어오는 것조차 싫으시다면, 다른 장소를 제시하시면 제가 그곳에 가겠다는 말씀도 드렸습니다. 역시 안 될 일이라는 대답을 들었습니다.
몇 번씩이나 최소한 작은방에서는 이 논쟁을 그만하고 싶다고 말씀드려도, 제가 떠올릴 수 있는 대안을 아무리 제안해도, 이곳에서 계속하자는 대답만이 반복되었습니다.
저는 이런 반응을, 이 사태의 발단을 제공한 사람으로서, 제게는 작은방에서 논쟁을 계속하는 것 외에 허용된 길은 없다는 뜻으로 받아들였습니다. 그리고 저는 결국 이 요구사항을 수용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다른 선택지는 결코 받아들일 수 없다고 한사코 거부하셨으니, 이제 제게는 유일하게 주어진 선택지대로 행동하는 길밖에 없겠더군요.
전 작은방에서 메갈리아 이야기만은 거론하고 싶지 않았습니다. 작은방 게시판에 메갈리아 이야기가 남아있다는 생각만 해도, 다른 회원분들께 엄청나게 언짢은 일을 저지른 듯한 기분이 됩니다. 제가 이 글 뒷부분에서 메갈리아에 대해 쓴 부분을 읽으시면, 어째서 제가 작은방에서만큼은 메갈리아 이야기가 자꾸 계속되는 현상을 원치 않는다고 그토록 반복해 호소했는지, 이해하시게 될 거라고 생각합니다. 레진코믹스 이야기를 할 때 부득이 언급하게 되었을 때에도, '여자 일베'라는 별명으로 불리는 사이트가 있다는 식으로. 최소한으로 축소해 언급하는 선에서 그쳤지요. 메갈리아 이야기를 하고 싶어서가 아니라, 그 이야기만은 절대 하고 싶지 않았기 때문이었습니다.
하지만 이런 서술이 부적절하다는 반박 댓글이 거듭 달리고, 이곳에서 논쟁을 계속하자고 하시기에, 해당 부분을 대폭 수정하여 작은방에 새 글을 올리게 되었습니다. 첫번째 글의 댓글에서 주로 지적된 부분에 대해, 체계적으로 반박하는 내용도 추가되었습니다. 이렇게 만화 외적인 이야기의 비중이 높으면 만화방 대신 꿍시렁꿍시렁 게시판에 적어야 할 것 같은데, 만화방에 적었던 글을 수정한 것이라 일단 기존 글에 답글 형식으로 작성했습니다.(8월 20일 추가->원글은 레진코믹스라 만화 이야기라고 생각해서 만화방에 올렸었는데, 메갈리아라는 만화 외적인 이야기로 댓글 전쟁이 일어났습니다. 댓글 전쟁을 수습하기 위해, 전 일단 메갈리아 관련 서술을 대폭 강화해 답글을 쓰게 되었고, 사실상 만화 이야기라기보다 특정 사이트 이야기를 다룬 글이 되고 말았지요. 그리고 현재 만화방에서 꿍시렁꿍시렁 게시판으로 이 글이 옮겨졌습니다.)
카페에 메갈리아 같은 주제로 글이 쓰여져 있다는 것 자체를, 불편하고 언짢게 여기실 회원분들도 많으리라 생각합니다. 메갈리아 이야기를 다른 글이 자꾸만 늘어나는 것 자체에 눈살을 찌푸리실 분도 많겠지요. 메갈리아란 그런 주제니까요. 본문으로 들어가기 전에 먼저, 작은방처럼 평온하고 고요한 곳에 하필이면 이런 주제로 장문의 글을 작성하고 관련 자료를 언급하게 된 데 대해 불편하게 여기실 다른 회원 분들에게, 사태의 발단을 제공했고 결국 이곳에서 계속되게 만든 사람으로서 죄송하다는 말씀부터 드리고 싶습니다.
<본문 시작>
첫번째 글에서 이미 다루었던 부분이고, 뒷부분에서 자세히 언급하겠지만, 먼저 간단한 상황 설명은 해야 할 것 같습니다. 약 한 달 전, 넥슨이라는 게임회사에서 만든 '클로저스'라는 게임에서, '티나'라는 새로운 캐릭터를 등장시키기로 했습니다. 그리고 2012년에 데뷔한 김자연 성우가 티나의 목소리 연기를 맡았습니다. 그런데 새로운 캐릭터의 정식 게임 데뷔를 앞두고, 김자연 성우가 '메갈리아'라는 사이트를 후원하는 용도로 쓰인 티셔츠를 입은 사진을 올렸습니다.
메갈리아라는 사이트는 후술할 때 자세히 쓰겠지만 굉장히 나쁜 이미지로 통용되는 곳이었고, 이 사이트를 후원했다는 이유로 김자연 성우뿐만 아니라 게임에도 불똥이 떨어질 정도로 이미지가 안 좋은 곳이었습니다. 티나 관련 유료상품을 예약한 사용자가, 메갈리아 후원자가 녹음한 게임은 하고 싶지 않다면서 예약을 취소하는 사례가 속출했으며, 항의전화 등도 많았다고 합니다.
김자연 성우는 메갈리아 후원 티셔츠에 대해 후원금 모금을 홍보하는 문구가 마음에 들어서, 사이트에 대해 별다른 정보를 찾아보지 않은 상태에서 냅다 후원했다는 취지의 해명을 했습니다. 그리고 이 게임 성우 논란은, 게임사에서 김자연 성우에게 목소리 녹음 계약비는 모두 지불한 뒤, 녹음된 목소리는 사용하지 않고 다른 성우로 대체하겠다는 조치로 일단 매듭지어졌습니다. 계약비를 지불했으니, 법적으로는 회사는 계약을 충실히 이행한 것이며, 성우는 녹음이 게임에 쓰이든 안 쓰이든 어차피 받았을 계약금을 모두 받았고, 녹음을 게임에 집어넣지 않았으니 게임 사용자들의 의견도 충족된 셈이었습니다.
이게 한 성우가 티셔츠를 입었다고 한바탕 논란이 일어난 사연입니다. 그런데 막상 이 사건은, 발단이 된 성우계와 게임계에서는 별 말 없이 넘어갔는데, 만화계에 큰 연쇄폭발을 일으킵니다. 여러 만화가들이 김자연 성우와 메갈리아를 지지한다는 견해를 표명하며, 메갈리아를 배척해야 한다는 의견에 대해서 선민의식같은 발언을 내뱉으며 논란이 된 것입니다. 대표적인 작가가 <천일야화>, <춘앵전>의 스토리를 담당했던 전진석이며, 이외에도 열 명은 족히 넘는 웹툰 작가들이 메갈리아를 지지하며, 메갈리아를 비판하는 독자들을 무시하는 발언을 남겼습니다.
메갈리아라는 곳을 후원하기 위해 만들어진 이 티셔츠는, '소녀들에게는 왕자님이 필요없다'라는 문장이 새겨진 디자인이었습니다. 여자들이 백마탄 왕자를 마냥 고대하지는 않겠다는, 주체적인 메시지를 담은 문장이었지요. 이런 디자인의 옷이다 보니, 이 티셔츠를 입었다고 논란이 된 사건이, 사태 초기에는 '여자 성우가 여자가 주체적으로 행동하자는 의미의 티셔츠를 입었다고, 남자 이용자들이 항의해서 일자리를 잃었다'라는 식으로 소문이 퍼졌다고 합니다. 발단이 된 사진과 결과만 보면, 그렇게 오해할 여지가 많았지요. 그래서 "페미니즘 티셔츠 하나 입었다고 해고당한 것은 부당하다."라는 반응이 많았다고 합니다.
게임사 직원도 아니고 성우의 프리랜서 계약에다 계약금도 받았으므로 계약조기종료라면 몰라도 회사에서 해고된 것은 아니고, 페미니즘을 문제삼은 것도 아니었지만, 앞서 말했듯이 그렇게 오해할 공산은 충분했습니다. 그리고 여러 만화가들도 이 사건에 대해, "페미니즘 티셔츠를 입었다고 해고당한 것은 부당하다"는 의견을 표명했습니다. 그러자 여러 독자들이, 페미니즘 문구가 만제가 아니라, 메갈리아라는 사이트를 후원하는 용도로 쓰인 곳이라는 것을 문제삼은 것이라는 정보를 전했습니다.
이 뒤에, 앞서 말한 여러 만화가들의 선민의식 발언이 터졌습니다. 독자들이 메갈리아는 여자 일베로 불릴 만큼 인식이 좋지 않은 곳이라고 이야기하자, 전진석 작가는 메갈리아를 지지하지 않는다는 것은 일베나 다름없는 행동이라고 발언합니다. 원문을 인용하면, "일베와 같은 목소리를 내는 건 메갈이 아니라 당신들입니다."라고 발언했지요. 이외에도 일베 취급은 차라리 사람이라는 인식이라도 해 주니 약과라고 평해야 할 수준의 발언이 여러 작가에게서 쏟아졌습니다. 요약하면 "독자를 개돼지 취급하는 작가가 속출했다." 정도가 되겠습니다.
"멍청하든가 게으르든가 하나만 해, 배부르다"(<시타를 위하여>, 하가),
"야이, 그래서 만화 안 볼 거야? 재미있게 봐 놓고 유치하게 왜 이래."(<애제자>, 김영조),
"돼지같은 자들, 죽어.(실제 표현은 훨씬 과격한데 유화시켰습니다. 차마 제 손으로 옮길 수조차 없네요.)"(<미지의 세계>, 이자혜),
"똥같은 자들, 정말 무식해.(역시 원 문장보다 최대한 유화시킨 표현으로 변형했습니다)... 갈릴레이의 심정을 이해할 것 같다" (<데명의 그림일기>, 데명),
"저는 전~~~~혀 망하지 않습니다. 이런 일로 망하면 세상 어떻게 삽니까?(역시 실제 표현을 순화시켰습니다.)"(<아메리카노 엑소더스>, 박지은),
메갈리아를 지지한다는 작가에게, 독자가 메갈리아에 대해 알려주기 위해 작가에게 메갈리아의 글을 보여 주자 "이게 끔찍하고 잔인하다고? 거울에 박치기 좀 하지 마라, 그거 너니까. ㅋㅋ"라고 대답한 <무색소녀>의 레임,
그리고 메갈리아 지지선언 후 작품을 재미있게 보았는데 충격받았다거나 실망했다는 독자에게 "그 지능으로 재밌게 본 거면 뭘 본 거임?", "글을 읽고 생각하는 게 불가능한 것 같은데 어떻게 만화를 재밌게 보지? 선이 예뻤나보다." 라고 대답한 <데미지 오버 타임>의 선우훈 등....
심지어 나중에는 많은 독자들이 항의한 것을 두고 "회사 대표가 찌질이들이 그래봐야 매출에 지장 따위 없다고 회의에서 말했다"는 이야기를 날조해 퍼뜨린 작가까지 나왔습니다.(<동창모임> 글 작가, 박달곰)
이외에도 여럿 있고, 미묘한 발언을 제외하고 확실한 사례만 헤아려도 열 명은 족히 넘는 작가 메갈리아를 반대하는 독자들에게 폭언을 퍼부었습니다. 메갈리아를 지지하지 않는 독자는 자신들은 필요없다지 않나, 메갈리아를 지지하지 않는다는 것은 저능하다는 증거라는 식으로 말하지 않나.... 어느 정도의 자의식은 자신만의 작품 세계를 만드는 데 플러스 요소가 되겠지만, 그게 독자를 무시하면 고상한 작가라는 뜻은 절대 아닐 텐데요. 이 지점에서, 많은 독자들의 분노 및 웹툰불매 움직임은, 메갈리아를 지지하는 작가들에 대한 보이콧뿐만 아니라, 독자들을 업신여기는 작가들에 대한 보이콧의 성격까지 띄게 되었습니다.
그런데 메갈리아를 지지하고, 메갈리아에 반감을 가지는 독자들은 필요없다는 식으로 발언하거나, 때로는 인격모독 수준의 폭언을 퍼부은 만화가들에게는, 묘한 공통점이 있었습니다. 태반이 '레진코믹스'에 연재하고 있는 신인 웹툰작가라는 것이었습니다. 그리고 이 상황은 레진코믹스 특유의 연재 시스템과 맞물려, 유료결제 독자들이 레진코믹스에서 대거 탈퇴하는 사태로 이어지고 맙니다. 레진코믹스에서 탈퇴하는 것이 메갈리아를 지지하고, 독자들을 무시하는 작가들에 대한 불매운동처럼 여겨지기 시작한 겁니다.
자세한 상황은 다음과 같습니다. 레진코믹스는 회사의 번거로움과 손해를 감수하고서라도, 작가 위주로 운영되는 웹툰 사이트를 표방하는 곳이었습니다. 아무리 인기가 없는 작품이어도 꾸준히 연재하면 한 달에 200만원의 기본급을 지급하며, 인기 없는 작품이어도 작가가 끝내고 싶을 때 끝내지 편집부에서 끝내라고 독촉하지 않습니다. 레진코믹스는 기본적으로 유료만화이며, 기간 한정으로 무료 공개되는 형식인데, 인기 많은 작품은 매출이 늘어나는만큼 많은 돈을 벌고, 인기 없는 작품도 한 달 200만원씩은 들어오는 겁니다.
레진코믹스는 웹툰은 공짜로 보는 것이 아니라 돈을 내고 감상할 가치가 있는 예술작품이라는 인식을 정착시키는 데 큰 기여를 했고, 꽤 성장했습니다. 그리고 작가들이 대중성에 연연하거나 편집부의 요구에 얽매이지 않고, 작가가 그리고 싶은 작품을 그릴 수 있게 하며, 한 달 200만원의 기본급으로 창작활동을 안정적으로 뒷받침하는 곳이라는 인식이 널리 퍼졌습니다. 신일숙의 <불꽃의 메디아>처럼 고전적인 장편 서사물을 연재할 수 있는 곳은, 아마 레진코믹스밖에 없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요. 작년 자료(한국콘텐츠진흥원에서 2015년 6월 8일 발표된 '웹툰 산업 현황 및 실태조사')에 따르면 한국의 웹툰시장 규모는 1위는 네이버 웹툰, 2위는 다음 웹툰, 3위가 네이트 웹툰, 4위가 레진코믹스이며, 그 아래로 고만고만한 중소 웹툰 사이트들이 있습니다.
그런데 이 극도의 작가 위주의 시스템이, 많은 사람들 사이에서 이번 레진코믹스 사태의 주요 원인으로 떠올랐습니다. 적당적당히 그리기만 해도 200만원씩 꼬박꼬박 나오니, 작가에게 독자가 소중하다는 인식이 전무한 것 아니냐는 것이었습니다. 그래서 작품이 인기가 없고 딱히 좋은 평을 받은 적도 없는 신인 작가들이, 저 정도로 자만하며 독자라는 존재 자체를 무시하게 된 것 같다는 추측이 나온 겁니다. 여기에 레진코믹스에 작품을 연재하면서, 메갈리아에 반대한다는 독자들에게 "야이, 그래서 만화 안 볼 거야? 재미있게 봐 놓고 유치하게 왜 이래."라는 발언을 남겼던 김영조 작가의 또다른 행동이, 이런 분석이 퍼지는 데 불을 댕겼습니다. 위에서 인용한 해당 발언 때문에 레진코믹스에서 탈퇴하는 독자가 있는데, 거기에 대해 미안한 마음이 들지 않느냐는 내용의 질문을 받자, "그건 제가 레진한테만 미안하면 됩니다."라고 대답한 것입니다. 그리고 이 발언을 들은 많은 사람들은, "작가인 나는 독자들에게 미안해할 이유가 전혀 없다."라는 뜻으로 받아들였습니다.
레진코믹스는 좋게 말하면 작가 우선으로 운영되고, 나쁘게 말하면 작가에게 관여하지 않다 못해 거의 방임하는 곳이었습니다. 그리고 이번 사태에 휘말리면서, 레진코믹스의 작가 방임 방침은 후자 쪽으로 작용합니다. 휘하 작가들이 메갈리아를 지지한답시고 독자를 멸시하는 발언을 내뱉어도, 레진코믹스는 회사 차원에서 별다른 조치를 취하지 않았습니다. 사실상 방치하고 있는 수준입니다.
박달곰 작가가 연재한다는 것이 이유가 되어 비슷한 구설수에 휘말렸던 탑툰에서는, "레진코믹스의 대표가 메갈리아에 반대한다며 레진코믹스에서 탈퇴하는 독자들을 찌질이라고 칭하며 무시했다"는 이야기를 날조해 인터넷에 퍼뜨린 박달곰 작가의 작품을 연재중단시켰고, 유료구독자에게 환불까지 했습니다. 순정만화 계열 웹툰을 주로 연재하는 봄툰에서는, 대표가 일베 작가와는 같이 일할 수 없듯이 메갈리아 작가와도 같이 일할 수 없다는 공식 입장을 천명했습니다.
이런 사례와 비교되어, 레진코믹스에 대한 이미지는 더욱 나빠졌고, 숫제 레진코믹스와 메갈리아를 연결해 바라보는 지경에 이르게 됩니다. 레진코믹스를 탈퇴하는 것이 메갈리아를 지지하고 독자를 멸시하는 작가들에 대한 항의, 혹은 메갈리아에 대한 항의처럼 여겨지기 시작했고, 유료구독하다가 탈퇴했다는 이야기가 속출했고, 레진코믹스에는 메갈리아와 합성한 '메진코믹스'라는 별명까지 생겼다고 합니다. 여기에는 네이버나 다음 웹툰은 무료 연재되는 구조상 직접 불매운동할 수단이 없지만, 레진코믹스는 유료만화이니 결제를 중단하기만 해도 회사 매출을 감소시킬 수 있게 된다는 것도 한몫했고요.
따지고보면 레진코믹스가 회사 차원에서 메갈리아와 연대한 것도 아니고, 후원하거나 지지하지도 않았습니다. 작가 개인이 어떤 말을 하건, 편집부가 간섭하지 않았을 뿐이죠. 이쯤 되면 회사 평판을 위해서라도 무슨 조치를 취하기는 해야 할 것 같다는 반응도 많은데, 도대체 평소에 얼마나 작가 위주로 운영되었는지 몰라도, 심지어 회사 차원에서 이런 일을 일으킨 작가에게 제대로 터치도 하지 못하고 있어요. 그래서 졸지에 메갈리아라는 사이트와 엮이는 지경이 되어버렸습니다.
제가 레진코믹스에서 본 작품은 신일숙의 <불꽃의 메디아> 정도지만, 전 레진코믹스에 대해 나름대로 좋은 감정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작가가 자신만의 작품을 만들어낼 수 있도록 전폭적으로 지원하는 곳, 한 달 200만원이라는 기본급을 지급해 창작활동에 전념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주는 곳, 무엇보다 웹툰은 공짜가 아니라 유료로 볼 "가치"가 있는 예술작품이라는 것을 사람들에게 인식시킨 곳이라고 생각했거든요. 그런데 이런 사태에 휘말려서, 많은 독자를 잃게 생겼습니다. 이런 움직임이 레진코믹스의 운영에 직접적인 타격을 주게 된다면, 특히 그게 원인이 되어 작가에게 한 달에 200만원 기본급을 지급하는 시스템이 사라지게 된다면, 레진코믹스에 호감을 가진 입장에서 정말 안타까울 거예요.
얼마 전에 신일숙의 <불꽃의 메디아>가 어처구니없는 결말 2페이지 진행을 보여주며 완결되었을 때, 엄청나게 허탈했는데, 지금은 차라리 그렇게 완결된 게 낫겠다는 생각이 들 정도입니다. 결말의 완성도야 어찌 되었건, 일단 작가가 의도한 결말로 완결된 거니까요. 최소한 연재처의 상황이 불안정해져서, 예정보다 앞당겨 마무리지은 것보다는 낫겟지요.
처음은 분명히 티셔츠 한 장이었어요. 그런데 어쩌다가 이런 곳으로 불길이 번진 것인지, 되짚어 봐도 이해가 되지 않을 지경입니다. 전진석 작가 개인에 대한 논란이야 본인의 언행에서 비롯된 것이라 쳐도, 국내 4위 규모의 웹툰 사이트에 실질적인 불매운동이 일어나버렸어요. 이젠 나비효과라는 말 대신, 티셔츠 효과라는 표현이 생겨도, 그러려니 수긍할 것 같아요.
이번 사태로 걱정되는 게 하나 있다면, "창작자가 생계 걱정 안 해도 되면 나태해진다. 여차하면 굶을 상황에서야, 독자를 무시하지 않게 되고, 열심히 창작활동을 하게 된다"라는 인식이 생겨날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자꾸만 든다는 것입니다. 굶어야 예술이 나올 수 있다는 것은, 궁핍을 견뎌내고 예술활동을 할 수 있는 극소수에게만 해당되는 말이라고 생각합니다. 마음 놓고 창작활동을 할 수 있는 환경이 되어야, 작품에 집중할 수 있을 것이고, 나아가 더욱 좋은 작품이 만들어지는 토양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해요. 그런데 월 200만원씩의 수익이 보장되는 연재처를 확보한 작가들이 대거 저런 일을 저질러버렸으니, 저런 인식이 생겨도 할 말 없는 상황이 되어버렸습니다....
도대체 메갈리아라는 사이트가 어떤 곳이길래, 누군가가 후원하거나 지지했다는 이유만으로 많은 사람들이 극심하게 반발하게 된 것인지를 정리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메갈리아에 대해 알려진 일반적인 정보와 관련 사건사고 뉴스 등을 정리해 보았습니다.
레퍼런스로 사건사고를 다룬 기사가 여럿 있습니다. 본격적으로 내용을 시작하기게 앞서, 먼저 작은방같은 곳에 이런 링크와 관련 내용을 기재하게 된 것에, 다른 많은 회원분들께 죄송하다는 말씀부터 드리고 싶습니다. 마치 공원에 쓰레기를 마구 투척하는 행동이나 다름없으니까요.
메갈리아, 메갈리아4 페이스북, 워마드, 이 셋은 깊은 연관이 있어, 묶어 지칭할 때가 많습니다. 메갈리아4나 워마드에서 일어난 일도 메갈리아에서 일어났다는 식으로 칭할 때가 많지요. 관계를 간단히 정리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메갈리아라는 사이트에서 선별한 글을 메갈리아4라는 페이스북에 모았고, 메갈리아와 워마드는 자매 사이트같은 관계입니다. 그리고 메갈리아에서 이런저런 사건이 일어났다고 이야기할 때에는, 메갈리아4, 메갈리아, 워마드를 모두 포괄하는 개념으로 쓰이는 경우가 많습니다.
일단 메갈리아에 대해 굉장히 잘 정리한 기고문을 두 편 링크합니다. 제가 쓴 글보다, 훨씬 체계적으로 쓰여 있습니다.
한혜수의 <나는 여성으로서 메갈리아를 거부한다> http://www.mediatoday.co.kr/?mod=news&act=articleView&idxno=131399
박가분의 <메갈리아 논란에 대해 알아야 할 8가지 불편한 진실> http://www.mediatoday.co.kr/?mod=news&act=articleView&idxno=131360
미디어오늘은 시민기자라는 이름으로, 일정 수준 이상의 독자 투고를 기사 형식으로 싣는 곳입니다. 그래서 기사 사이의 완성도의 편차가 굉장히 큽니다. 미디어오늘에서 기사를 찾는다면, 작성자 평가를 중심으로 찾는 것을 추천합니다.
첫번째 기고문의 한혜수는 한때 메갈리아 운영자 후보로 거론되었을 정도로, 메갈리아와 깊은 관계를 맺었던 사람이라고 합니다.
두번째 기고문의 박가분은 <일베의 사상>이라는 책을 통해, 일베가 왜 그런 패륜적인 행동을 하는지를, 거의 첫번째로 학문적으로 분석한 사람입니다. 이 책은 일베 같은 곳이 어떻게 생겨났는지를, 면밀하게 서술했다는 평을 받습니다. 최근에 메갈리아를 다룬 책도 탈고했는데, 이번 논란을 계기로 관련 내용을 대폭 추가하기로 했다고 합니다.
메갈리아라는 사이트는 '여자 일베'라는 별명이 붙은 곳입니다. 일베가 어떤 곳인지는 제가 예전에 글을 쓴 적이 있는데, http://cafe.daum.net/marybell/H9JC/4416 몇 년 전의 이야기지만 지금도 저 떄와 비슷한 상태인 모양이더라고요. '민주화'라는 단어를 '안 좋고 더러운 갖가지 일'의 은어쯤으로 사용하는 곳, 갖가지 패륜적 발언을 서슴없이 쏟아내는 곳, 특정 정치적 입장을 깎아내리기 위해 온갖 유언비어를 날조하는 사이트지요. 그리고 한국 여성에 대해 갖가지 험담을 퍼붓는 곳으로도 악명이 높습니다. 얼마 전에는 흑산도 여교사 집단폭행 사건에 대해, 피해자의 신상을 퍼뜨리며 욕설을 퍼붓고 조리돌림하려던 적도 있었지요. 이게 미수에 그친 이유는, 어처구니없게도 실행하지 않고 중단해서가 아니라, 실제 피해자가 아닌 엉뚱한 교사의 신상을 퍼뜨렸기 때문입니다. 여자면 이런 일을 당해도 당연하다고 생각하는 곳, 그곳이 바로 일베인 겁니다.
그리고 메갈리아라는 사이트는, 일베에서 한국 여자를 대하듯이 한국 남자를 대합니다. 남자에 대해 갖가지 악담을 늘어놓는다는 악명이 자자한 곳이지요. 그리고 일베의 언어를 따라하며, 일베같은 글이 쓰여집니다. '여자 일베'라는 별명은, "일베처럼 행동하는 여자들"이라는 뜻이라고 할 수 있는데, 일베를 따라한다는 것만으로도 그런 별명이 붙을 이유로는 충분할 겁니다. 메갈리아에서는 일베같은 은어를 많이 쓰기 때문에, 은어를 어느 정도 익혀야만 이해할 수 있는 글도 많습니다.
여기서는 한국 남성을 '한남충'이라고 부르는데, 이 은어는 '한국 남자는 벌레같은 존재다'라는 뜻을 담고 있다고 합니다. 이 연장선으로, 아버지라는 단어에 벌레 충을 합성해 '애비충'이라 부르기도 하지요. 이 정도는 메갈리아에서 쓰이는 단어 중에서, 상당히 온건한 축에 속합니다. 그리고 메갈리아에서 또 파벌이 생겨서, 워마드라는 분파 사이트로 만들어졌다고 합니다. 메갈리아와 워마드는 한국 남자들을 온갖 단어와 수단을 동원해 비하하며, 이것이 한국 여자들의 권리를 지키는 활동이라고 주장하며 정당화합니다. 한국 남자는 말할 것도 없고, 여자도 여기에 동조하지 않으면, 무조건 일베 지지자 취급한다는 이야기도 널리 퍼져 있고요.
일베와 달리 오프라인에서 큰 사건사고를 일으킨 적은 아직 별로 없어서, 인터넷에서 험담한다고 해봤자 기껏해야 악성 댓글을 다는 정도일 거라고 지레짐작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하지만 메갈리아는 그보다 훨씬 심각한 사건사고가 거의 일상적으로 일어나는 곳입니다. 참전용사나 독립운동가도 남자라는 이유로 악담을 한 적이 있으며, 최근에는 전태일 열사도 남자라는 이유로 비하하기 시작했지요. 이것만으로도 '여자 일베'라는 별명이 붙은 게 납득이 될 일일 텐데, 후술하겠지만 이외에도 많은 사건사고를 터뜨렸습니다.
앞서 언급한, 독자를 무시한 작가들 중에서도, <아메리카노 엑소더스>라는 작품을 연재한 박지은 작가는 메갈리아에 대해 "남자몰카 찍어서 돌려보거나 고인을 모욕하거나 강간을 모의한 범죄 집단인가요. 뭐가 낙인이신지"라는 발언을 했습니다. 그런데, 메갈리아에는 저런 내용의 글이 일상으로 올라옵니다. 최근에 메갈리아, 워마드라는 사이트의 게시판에서 남자 지인을 죽인 적이 있는데 한국 남자를 죽였다고 생각하니 마음이 후련해진다느니, 남자 상사가 싫어서 음료수 심부름을 할 때 부동액을 섞어 먺였느니 하는 글이 올라와 수사에 들어갔다는 뉴스가 뜬 적 있는데, 바로 이 사이트입니다.
그리고 메갈리아에서는, 이런 갖가지 악성 게시글을 '미러링'이라는 단어로 정당화하고 있습니다. 이 논리는 괴상한데, 요약하자면 "일베에서 한국 여성에게 갖가지 욕설을 퍼붓는다->한국 남자들은 모두 일베같은 작자들이다->그러니 한국 남자들에 대해 일베가 여자에게 퍼부었던 수준의 험담을 하는 것은, 일종의 복수다"라는 것입니다. 말하자면 일베에게 시달린 여자들의 기분을 남자들에게 느껴보라는 것인데... 그게 왜 다짜고짜 한국 남자는 모두 죽으라는 식의 험담을 퍼부을 일이 되는지, 그리고 일베를 하지 않은 사람들에게 이런 악담을 퍼붓자는 것인지, 전 도저히 이해가 안 됩니다. 그런데 여기에 지지하지 않으면, 일베 취급받을 행동으로 간주된다니, 더 황망한 일입니다.
미러링같은 행동은 현재 한국 법률 상에서, 모방범죄 내지 일반 범죄로 취급되어 수사 대상으로 분류됩니다. 미러링은 풍자와 패러디에 불과하지 결코 범죄가 아니라는 견해가 있고, 미러링은 범죄나 다름없다는 견해가 양립하는데, 현재 한국 법원과 경찰에서는 후자의 견해에 손을 들어주고 있는 셈입니다. 만약 재판에서 미러링은 범죄가 아니며, 처벌 대상도 아니라는 판결이 내려지고, 그런 판례가 생겨난다면, 미러링은 모방범죄나 범죄미수라는 견해는 사라지게 되겠지요. 혹은 미러링은 범죄가 아니며, 처벌하지 않는다는 법이 새로 만들어지거나요. 그런 법적 선례가 생기기 전에는, 미러링이라는 행동은 법적으로 모방범죄 내지 범죄 미수 행위로 간주될 것입니다.
메갈리아에서 일으킨 일로 인해, 수사에 착수되거나 처벌받은 사례를 언급한 뉴스 몇 꼭지를 링크합니다. 이런 사건들이 뉴스에 보도되면서, 메갈리아가 '여자 일베'라는 별명이 조금씩 더 퍼져나가게 되었다고 합니다.
유치원 교사가 "남자아이 덮치고 싶다."는 글을 쓰고, 수사를 받게 되자 여자아이에게 흑심을 품은 한국 남자를 '미러링'한 것이지 남자아이에 대한 성범죄가 아니라고 주장한 사건. "남자아이 덮치고 싶다"는 제가 원글의 문장을 최대한 유화시킨 표현으로, 실제 표현은 훨씬 과격합니다. 논란이 된 이후 이 글을 쓴 유치원 교사에게는, 일반 교사가 정말로 남자아이에게 흑심을 품은 것과 똑같은 조치가 취해졌고, 유치원 교사 활동을 더 이상 하지 못하게 되었습니다. 메갈리아 교사라고만 검색해도 관련 정보가 아직도 줄줄이 나올 정도로, 큰 파문을 일으켰습니다.
http://news.naver.com/main/read.nhn?mode=LSD&mid=shm&sid1=102&oid=022&aid=0002984991
원본 글에서 특히 과격한 표현은 편집된 뉴스기사입니다. 이 뉴스의 두번째 이미지가, 문제의 글입니다. 원본 글은 차마 링크로라도 못 올리겠습니다.
한국 남자에게 부동액을 먹였으며, 여자가 남자에게 한 행동이니 정당하다고 말했다는 사건. 범죄 고백으로 간주되어, 경찰이 수사에 착수했다는 뉴스 기사입니다.
http://news.naver.com/main/read.nhn?mode=LSD&mid=sec&sid1=102&oid=052&aid=0000881686
남자 지인을 밀쳐죽였는데, 한국 남자를 죽였다고 생각하니 "속이 후련하다"는 글을 적었다가, 살인 혐의로 수사받았던 사건. 이 글을 쓴 사람은 재미로 쓴 글이 왜 수사받는지 모르겠다며, 남자라면 문제되지도 않을 행동일 텐데, 여성이라는 이유로 억울하게 조사받았다는 식으로 반응했다고 합니다.
http://news.naver.com/main/read.nhn?mode=LSD&mid=sec&sid1=102&oid=001&aid=0008590521
광복절을 전후해 안중근과 윤봉길을 비하하는 합성 이미지를 올리며, 한국 남자에게 여자가 이러는 것이니 온당하다고 이야기한 사건. http://www.nocutnews.co.kr/news/4640575
이런 글들을 올리며, 여성 인권을 신장시키는 활동이니 정당하다고 주장하는 곳이 바로 메갈리아입니다.
그리고 이 메갈리아 사이트에서, 나름대로 선별한 글들을 페이스북에 모았다고 합니다. 페이스북은 개인이 글을 올릴 수 있는, 간편한블로그 비슷한 시스템이라고 할 수 있는 곳입니다. 이 메갈리아 페이스북은 실제 사용자가 아닌 타인의 명의로 만들어진 것이었고, 페이스북은 실명제가 원칙이기 때문에, 타인 계정 도용으로 메갈리아의 글을 모은 페이지가 삭제됩니다. 그리고 메갈리아2, 메갈리아3이라는 식으로 새로 만들었지만 그때마다 삭제되었고, 메갈리아4라는 이름으로 재도전을 했을 때, 이쪽에서는 새로운 주장을 만듭니다. 메갈리아 페이스북은 여성 중심적인 내용을 담고 있는데 난데없이 삭제되었으니, 여성 중심의 글을 실었기 때문에 탄압받는 거라는 식으로 주장하기 시작합니다. 타인의 명의를 도용해 글을 올려 제재받은 것을, 자신들이 여자라는 이유로 부당한 처우를 당했기 때문이라고 주장한 것입니다. 그러고보면 메갈리아라는 곳은 항상 이런 식이었습니다. 자신들을 페미니스트라 자처하며, 자신들은 페미니즘을 위해 투쟁하고 있는 것이고, 자신들에 대한 여론이 안 좋은 것은 여성을 탄압하는 나라이기 때문이라는 식의 논리를 내세우곤 했습니다.
엄연히 규정을 위반해 규정대로 삭제된 것을, 다짜고짜 여자라서 차별받기 때문이라고 주장하다니, 어불성설이었지요. 그리고 여성차별을 당한 자기들을 도와달라며, 후원금을 모금하기 시작했습니다. 그리고 후원자들에게는 후원 감사품으로, 앞서 말한 '소녀들에게는 왕자님이 필요없다'라는 문구가 새겨진 티셔츠를 제작해 배포하기로 했습니다. 이 떄 후원금 모집금 이미지는 깔끔하게 잘 만들어졌으며, 이미지만 보면 정말 부당한 성차별을 받은 여성을 돕는 후원 행사라고 생각하게 될 것 같더라고요. https://tumblbug.com/mersgall4 그리고 한겨레 등지에서, 이 후원금 모금을 정말 부당한 성차별에 대항하는 후원운동처럼 묘사한 글이 게시되기도 했습니다. http://www.hani.co.kr/arti/society/women/747923.html
티셔츠 자체는 좋은 뜻의 문구를 담은 옷이었지만, 이런 계기로 제작된 옷이니, 내막을 아는 사람들에게는 곱게 보일 수가 없었습니다. 그리고 게임 캐릭터 성우가 이 티셔츠를 입은 사진을 올리자, 메갈리아에 후원하는 성우가 참여한 게임은 하고 싶지 않다면서, 많은 사용자가 관련 상품 예약을 취소하는 등의 행동으로 항의했습니다. 그리고 게임사에서는 성우를 교체합니다.
게임사 측에서도 성우 계약금을 모두 지불하면서 막상 결과물은 쓰지 못하고, 모처럼 준비한 새로운 캐릭터가 애꿎은 구설수에 시달리는 등, 손해만 잔뜩 보았을 것입니다. 이 게임은 남자들에게 인기가 많은 게임이니, 더욱 그랬을 테고요. 성우 입장에서도, 안 좋은 이미지만 생겨버렸지요. 하지만 이때까지는, 아직 진화될 여지가 있었습니다. 저 티셔츠 후원은 앞서 언급했듯이 정황상 메갈리아 사이트 등의 내막을 전혀 모르고, 정말 여성운동이라고만 생각해서 후원했을 개연성도 충분했고, 김자연 성우도 이런 취지의 해명을 했습니다. 그리고 성우계와 게임계에서는 이 정도로 일단락되고 별 논란이 없었는데, 앞서 언급했듯이 엉뚱하게 만화계로 불똥이 튀었습니다. 여러 작가가 메갈리아를 지지한답시고 독자들에게 폭언을 퍼부었고, 많은 독자들이 분노했으며, 레진코믹스는 직접 메갈리아를 편들지도 않았건만 사태에 연루된 작가가 유난히 많은데다 별 조치도 하지 않았다는 이유만으로 불매운동의 대상이 되어버렸습니다.
이번 티셔츠-메갈리아 논쟁에 뛰어든 작가는 대부분 신인 웹툰 작가인데, 그 중에 전진석은 꾸준한 양작을 발표한 중견 작가여서 유난히 눈에 띄었지요. 얼마 전에 JTBC에서 이 사태에 대해 취재할 때 전진석 및 전진석이 소개한 만화가들을 중심으로 취재했는데, 아마 이번 사태 관련자 중에 거의 유일한 중견 만화가였다는 점이 크게 작용한 듯합니다. 오경아도 몇 마디 하기는 했지만, 지엽적인 몇 가지를 지적한 차원에서 그쳤고, 또한 인기작과는 거리가 멀었기에 섭외하기 애매했겠지요. 그런데 전진석은 메갈리아에 대해 반감을 가지는 사람은 일베나 다름없는 위인들이라는 말을 남겼고, JTBC 뉴스도 그런 취지로 구성되는 바람에, 이건 또 이쪽대로 한바탕 난리가 났습니다. 아니, 저런 걸 보고 반감을 가지면 일베라니요! 개인이 그런 생각을 할 수 있다 칩시다. 그런데 그 사람을 중점으로 취재했더니, 기사도 그런 논조로 나와버렸지요. 이 일은 어떤 사건을 취재할 때, 한쪽 당사자의 입장만 듣고 취재하면 얼마나 얼토당토않은 기사가 나올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사례라고 생각합니다.
처음은 분명히 티셔츠 한 장이었어요. 그런데 어쩌다가 이런 곳으로 불길이 번진 것인지, 되짚어 봐도 이해가 되지 않을 지경입니다. 전진석 작가 개인에 대한 논란이야 본인의 언행에서 비롯된 것이라 쳐도, 국내 4위 규모의 웹툰 사이트에 실질적인 불매운동이 일어나버렸어요. 이젠 나비효과라는 말 대신, 티셔츠 효과라는 표현이 생겨도, 그러려니 수긍할 것 같아요.
여담 하나. 클로저스라는 게임에는 레비아는 캐릭터가 있는데, 성우 교체 사건 이후 갑자기 "여성을 극도로 비하하는, 여성범죄나 다름없는 캐릭터"라는 말이 나오기 시작합니다. 한국 게임에 대해 갖가지 트집을 잡고, 별의별 구실로 선정적이라고 비난하는 기사가 속출할 때에도, 언급된 적이 없는 캐릭터인데요. 아무리 찾아봐도, 성우 사건 이전에는 레비아라는 캐릭터의 존재 자체가 비윤리적이라는 식의 뉴스는 없더라고요. 그런데 성우 교체 사건이 일어난 이후에 갑자기 문제시되기 시작합니다. 더 나아가 레비아같은 캐릭터가 나오는 게임이니, 클로저스라는 게임 자체가 비윤리적이라는 목소리까지 나왔습니다. 이런 목소리가 "원래부터 이 정도로 여성을 비하하는 몹쓸 게임이" "페미니스트라는 이유만으로 여성 성우를 박해했다"는 내용으로 귀결되는 경우도 종종 있고요.
비난의 요지는 레비아는 13살인데, 13살짜리를 선정적이고 음란한 대상으로 다루고 있다는 것입니다. 다음은 레비아라는 캐릭터의 모습입니다.
13살이어서 난리가 났다고 들었기에, 전 캐릭터 이미지를 처음 보고, "13살이라더니 20살쯤 된 것 같은데, 성장 버전이 따로 있는 걸까? 그렇다면 왜 이미지가 성장 버전밖에 없지?"라고 생각했습니다. 요즘에는 걸그룹 무대의상이나 여름 의상 중에서도 저 옷보다 훨씬 노출이 심한 옷이 많지만, 옷차림에 대해 상당히 보수적인 제게는 노출이 좀 심하다는 생각도 들었고요.
그런데 저게 13살이라는 레비아 캐릭터의 모습 맞습니다. 인간 모습을 한 드래곤이며, 13년 전에 알에서 부화했기에 프로필에는 13살로 기재되어 있습니다. 그리고 드래곤이라는 이유로 실험동물 취급을 받으며, 비인간적인 대우를 받은 과거가 있다고 합니다. 인간의 모습을 하고 있고 인간처럼 행동할 수 있는 캐릭터인데도, 실험한 사람들 눈에는 전혀 인간으로 안 보였던 모양입니다.
전 드래곤 캐릭터가 성인 여성 같은 외양, 그러니까 성인 여성 같은 외모에 성인 여성이 입을 법한 옷차림을 한 것에 별 반감이 없고, 실험동물 취급을 받은 것도 드래곤이라고 험한 일을 겪었다는 식으로만 받아들였습니다. 그런데 이걸 두고 "누가 봐도 13살짜리 여자아이인데, 13살짜리 여자아이를 저렇게 선정적으로 묘사하며 물건 취급하다니, 여성범죄나 다름없다."라는 견해가 많다고 합니다. 사람들의 생각은 다양한 법이니, 한 캐릭터를 두고 저와는 다르게 생각하는 사람이 있는 것은 지극히 자연스러운 일이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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